입시정보
*전공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 우리 산업디자인전공은 플렉서블한 과예요. 전형화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학생들이 혼란스러워도 하지만 조금 지나면 굉장히 좋아해요. 전공 자체가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만큼 졸업 후에 굉장히 다양한 직업을 가져요. 개인이 자기한테 커스터마이징시키는 맞춤형 교육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전공이 지닌 독특한 장점이 그것입니다.
학생이 적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1학년부터 4학년까지 학생들 이름을 전부 외워요. 더욱이 '학생이 남자친구 언제 사귀었다 언제 헤어졌는지'까지 소소한 일들까지도 잘 알아요. "넌 아버지가 중식당을 하시니까 넌 푸드디자인을 하면 되겠다. 디자인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엄한 일 할 필요는 없다."라고 조언하기도 하고요.
저 학생은 이 수업은 잘 따라했는데 이 수업은 잘 안되네 하면 적성에 맞는 쪽으로 코칭해주기도 합니다. 작은 조직이 갖는 장점이라 할 수 있겠네요. 어떻게 보면 부티크 교육이라 할 수 있죠.
*입학을 해서 실제로 어떤 것들을 배우나요?
:1학년은 기초디자인 과정으로, 고등학교와 전공수업의 중간점이 될 수 있는 전공의 기본실기 능력에 집중을 해요. 과목 이름은
<입체조형>, <기초디자인>, <표현과 매체> 등으로 되어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디자인을 하기 위한 기본 핸드 툴을 배운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기 위해서는 '입체(perspective)'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 과정을 가르치고요, 무엇보다 즐겁게 작업을 하는 법을 교육하려 하고 있어요. 실제로 <표현과 매체> 수업에서는 디자인에 대한 자기의 가치관, 철학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죠. 디자인은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해야 하잖아요.
배워보지 않았던 '생각하는 수업'들이 있어서 1학년 때 많이들 혼란스러워 해요.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기수업에 대해 과하게 요구하지 않습니다. 과제를 많이 내주지 않고 마음의 여유를 주려고 노력해요. 신입생들은 아직 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했던 '필'이 남아있어서 과제를 많이 내주더라도 어떻게든 다 해와요. 그런데 '영혼 없는' 과제를 해오는 거죠. 그 영혼 없는 과제를 안 받기 위해서 1학년 커리큘럼은 빡빡하지 않도록 구성했어요. 미술관도 데리고 다니고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자신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도록, '내가 디자이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꿈을 꾸도록 하는 거예요. 소위 말해 중고등학교 때 했어야 하는 걸 대학교 때 하는 거죠. 입시 때문에 잊고 살아왔으니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커리큘럼을 설명해 주세요.
:학생들은 입시에 치여서 생각보다는 스킬 훈련에 익숙하죠. 하지만 디자이너는 자기 사고로 온전히 자립할 수 있어야 해요.
어떻게 보면 열정이 재능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조건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교육에 초점을 맞춘 겁니다.
토론 수업을 많이 하는데, 발표할 때 파워포인트를 쓰지 못하게 해요.
그랬더니 어떤 학생들은 자료조사를 해서 게임으로 만들어 오기도 하고, 영화 속 디자인관련 장면들을 따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자신이 큐레이터가 되어서 주어진 주제에 맞는 미술관 투어를 기획해 오기도 하고요. 고정관념을 깨고 사고를 말랑말랑하게 하는거죠. 한번은 25명이 동그랗게 앉아서 책 한권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순수 토론하는데, 생각보다 좋아하더라고요. 그 수업을.
지금까지는 다들 디자인이라는 것에 너무 전술적으로(tactical) 접근했던 거예요. 그런데 순수토론 수업을 통해서 전략적(strategic)접근을 하게 되는거죠, 예를 들어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그 속에서 디자이너가 무슨 일을 담당하는 게 맞나' 생각해요.
1학년 때에는 주로 그런 쪽에 집중을 하고 수업을 해요.
*유연한 사고 갖추기 다음 과정은 뭔가요?
:생각이 열리면 그 다음엔 스킬이 필요하죠. 디자인은 어찌되었든 손으로 작업을 해야 하니까요. 저는 3H를 강조합니다. 핸드,헤드,하트죠.
그 중 제1전공은 '씽킹 디자인'이에요. 머리로 사고하는 능력, 창의력을 키우는 거죠. 이를 위해서 정성스런 조사, 즉 직접 나가서 관찰하고 인터뷰 하는 수업을 해요. 예를 들어 '층간 소음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주면, 실제로 층간소음 갈등을 겪고 있는 두 집에 가서 인터뷰도 하고 생활도 해봄으로써 조사를 하는 거예요. 정량적으로 수치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배우고, 조형적인 것도 배워요. 손 스킬은 스케치수업과 툴을 다루는 수업을 해요. 나무작업 같은 것도 하고 폼이나 이런 건 기본적으로 하고요. 독특한 수업들도 가끔해요. 알리아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리콘 틀을 만들고 그 안에다 사탕을 녹여 만든 용약을 부어서 슈가 캐스팅을 했어요. 여학생들이다 보니까 레진을 썼더니 알레르기도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는 거예요. 그래서 친환경 재료로 캔디 캐스팅을 해보는 거죠.
마음을 다스리는 작업, 디자인을 좋아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요즘 학생들 굉장히 바빠요. 알바 해야죠, 연애 해야죠, 동아리 해야죠, 틈틈이 공모전 준비해야죠. 게다가 해외연수 가야지,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보통 다 하거든요. 정말 바빠요. 그러다 보니 빠듯한 생활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그런 걸 강하게 드라이브 거는 편이예요.
"좀 놀아라~"하면서요. 놀아봐야 창의성도 생기는데 너무 바쁘면 습관적으로 일 하듯 작업을 만들잖아요. 즐길 수 없게 되는 거죠.
*학과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바라는 인재상은 기업형 디자이너와 개인형 디자이너예요.
기업형 디자이너는 기존의 산업디자이너죠. 취업을 목적으로 프로덕트 인터랙션, 스마트 인터랙션을 가르쳐서 IT기업이나 전자기업으로 가도록 양성합니다. 개인형 디자이너의 경우 저는 '개인 디자인 공방 시스템'이라 부르는데, 여러 가지 매뉴얼과 기술들을 가르쳐서 자신만의 아이템을 발굴하도록 유도하는 거예요. 자신을 브랜드화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0년 후에도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작업을 하라고 독려해요. 사실 개인적으로 개인형 디자이너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요. 우리 학생들이 다 여성이잖아요. 여성 생애주기를 보면 정말 끝내주게 일을 하던 친구들도 결혼, 출산과 함께 단절되죠. 아기 낳고 나면 조용히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디자인 컨설팅이든 1인 프로덕션 시스템이든 한 명 한 명이 독자적인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양성하고자 합니다. 당장은 돈을 벌기 어렵지만 나중에 '코리아'라는 브랜드가 완벽히 정착되었을 때 이런 1인 전문가들이 협업을 하면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 기반을 결혼 전에 갖추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만의 교육철학이 있다면요?
:되게 우스운 이야기이긴 한데요, 디자인을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좋아할 수 있는, 좋아서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실제로 4학년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에게 "디자인이 정말 좋은 게 아니면 대기업, 은행권 홍보 파트로 가라."고 직언해요.
디자이너라는 게 정말 좋아서 하면 너무 행복하지만, 아니라면 고통스러운 작업일 수 있거든요. 일을 오래하고 페이 레벨이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낸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음으로 즐거워서, 정말 좋아서 사랑하면서 디자인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잘하게 되고, 자기 인생이 행복한 것 같아요. 디자인에 대한 사랑, 애정, 열정이 있어야 진정성 있는 디자인을 하게 해줘요.
*'예비 이대생'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전공이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소수정예, 즉 정원이 적어서 학생들이 선뜻 지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성적 기준도 높고요.
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아내고자 하는 열정과 애정이 있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기시험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실제로 기본기를 보자는 게 저희 취지에요. 디자인이라는 게 참 재미있는 학문이에요.
예술이랑 인문학이라든지 공학, 경영학 등 여러 학분 분야와 굉장히 다학제적인 속성을 가진 게 디자인이거든요. 그중에 핵심 안에 있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예술교육의 기본기를 열심히 훈련해서 오라는 뜻이죠.
대학에 들어오면 입시를 준비하면서 그렸던 그림을 그리는 수업은 없어요.
결국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오래 그려왔고 잘 그리는 학생들이 제일 유리하도록 해주자는 게 저희의 입시 취지예요.
기본기가 중요한 만큼 펜슬 드로잉이 잘 되면 나머지도 잘 되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향후에는 '퀵 드로잉'이라는 시험을 도입하고 싶기도 한데요, 채점이 어려워 난제예요. 기본적인 시험 문제를 내기 때문에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의 편차가 확연하게 나타나죠.
가장 정직한 시험과목인 듯합니다. 사물을 바라볼 때 나타나는 그림자라든지 빛과 공간에 의한 표현 등 기본기가 탄탄하면 어렵지 않게 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겁니다.
출처:미대입시 2014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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