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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실내디자인학과 김개천 교수 인터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2.12
첨부파일0
추천수
0
조회수
1147
내용

 

Q.국민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가 가지고 있는 특징으론 무엇이 있을까요?

: 디자인이란 학문에 심도 깊은 자세로 접근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죠.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가지 않은 길, 가지 않으려고 하는 길,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려는 친구들이 많고요. 또 과거에 비해서 자유롭고 타인의 시선에 휩쓸리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Q.디자인에 있어서 사용자의 입장과 디자이너의 관점 중 어느 쪽이 더 우선이라고 보시나요?

: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관점을 뚜렷이 하고, 그 관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왜 자신의 관점이 먼저냐 하면, 자기 자신이 우선이 되지 않으면 타인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깨달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관점을 명확히 하세요. 그리고 설득력을 얻으세요. 스스로가 강한 설득력을 갖추게 되면, 타인과 소통하는 길은 자연스럽게 마련됩니다.

 

 

'디자인 전공 간 경계 허물어져'

 

지금은 디자인의 영역을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입니다, 이것은 시각디자인이다, 이것은 산업디자인이다...이렇게 구분 지을 수 있는 기준 자체가 모호해졌기 때문이죠. 대신 전공 영역에 따라 대상에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실내디자인 같은 경우엔 공간적인 부분에 비중을 두고 대상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3가지 이상의 분야를 수학해볼 것

 

이제는 융합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각자 자신만의 전공 분야에 얽매여선 더 이상 발전 가능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지요. 디자인 간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고요. 때문에 저는 지금 자신이 원하는 전공 분야 외에 적어도 3개 이상의 분야를 수학해 볼 것을 권해주고 싶습니다. 대신 여기서 중요한 건, 3가지 전공을 하라고 해서 각자 30%+30%+30%의 성과를 내라는 말이 아닙니다. 자신이 선택한 모든 분야에서 100%의 수준을 이루어내라는 것이죠.

 

'전체적인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

 

예전에는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고 감각적인 센스가 좋은 사람들이 디자이너가 된다고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가 않지요. 지금은 보다 '전체적인 인간'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전체적인 인간이라는 것은, 지적이고, 이성적이고, 어떤 것에 구애 받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지적인 힘과 감각적인 것들을 두루 겸비한, 인생을 마치 놀이처럼 즐겁게 사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그러기 위해선 많은 것들을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겠지요. 고집이 센 사람보단 너그러운 사람이, 닫혀 있는 사람보단 열려 있는 사람이 현대가 바라는 이상형에 가까울 겁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도 바로 그런 사람들이고요.

 

새로운 것을 제안할 수 있는 디자이너

 

예전에는 물건을 디자인할 때 어떻게 하면 이걸 보다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점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사항이 있죠. 바로 그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삶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인가'하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디자이너들에게 이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어떤 새로운 삶을 제안해줄 것인가'라는 고차원적인 질문이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최소한 삶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인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또 그런 것들을 어디까지나 예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겠지요. 말하자면 예전에 비해 현대는 디자이너에게 굉장히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는데 반드시 정해진 규칙 따를 필요 없어

 

적어도 저한테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정해져있는 순서란 게 없습니다. 매 프로젝트마다 대하는 방식과 해결하는 과정이 다르죠. 어떤 한 가지 해결책을 가지고 모든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개인이 개인을 만날 때조차 때에 따라 다른 태도와 다른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 않나요? 디자인도 마찬가지인 겁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좋은 정답이 정해져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판단자의 머리를 굳어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이 있다면, 일단 무조건 그 쪽으로 가는 것이 옳은 일이니까요, 그러니 정답이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쪽이 오히려 자신이 바라는 '정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일 겁니다.

 

과거를 모르는 디자이너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없어

 

사실 이제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아도 충분히 디자이너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해선 안 되는 게,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것과 디자인을 연구하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이 '비 연구자'들은 비록 예쁜 것, 세련돼 보이는 것들을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힘이 없습니다. 왜인가 하면, 과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에 관한 이론이나 지나온 역사를 모르는 상태로 미래를 이야기하거나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디자인을 전공한 이들 중에도 이 비 연구자들의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줄 주변인들, 친구나 교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요. 그러니 자연적으로 비 전공자에 비해 새로운 말을 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데 유리한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무엇을 전공했는가 보다 어떤 자세로 학문에 임했는가, 하는 점이 더 관건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순수예술과는 다른 '제약', 오히려 더 큰 기회 열어줘

 

디자인을 하다보면 클라이언트와 의견차가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유로운 순수예술과 달리 디자이너들이 감내해야 할 일종의 제약인 셈이죠. 하지만 디자인이 가진 이런 '제약'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일단 디자이너들은 자기만의 생각 속에 함몰되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주변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고,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죠. 그냥 개인 작업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세심하게 신경 쓰고 골몰해야만 합니다. 더 많은 제약이 주어지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것이죠.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는 것 아냐, 겸허히 실력 갖추고 기다릴 것

 

저는 대학을 다닐 땐 디자인과 건축을 동시에 전공했고, 졸업 후엔 철학으로 박사 학위도 땄습니다. 경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은 직장에 취직을 해서 어느 정도 실력을 쌓은 후에 마음 맞는 이와 동업을 시작했죠. 그러다 혼자 독립을 했고, 약 10년 가량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다가 지금 이 국민대에 교수로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제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온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제일 처음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되겠어, 딱 여기까지가 제 예상대로였고 그 이후론 항상 우연들이 만들어 온 결과들이었지요. 인생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더군요.

해서 저는 지금 특별히 어떤 방향으로 이 길을 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 봤자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실력으로 저만의 영역을 쌓아가고 있으면, 기회들은 밖에서 알아서 저를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조언

 

지금 입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에게 괜찮은 미술사 책 한 두 가지를 권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어떤 분야에 얽매이지 말고 가능한 다양한 매체들을 접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독서 같은 간접적인 매체부터 여행, 음악, 혹은 맛있는 음식 뭐든지 좋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세요.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이 놀아봐야 해요. 그런 놀이들을 충분히 즐겨본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확실히 다릅니다.

쓸데없는 것들에서 정답을 찾거나 유익함을 얻으려고 하지 마십시오. 그냥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여행을 가거나 그 곳에서 좋은 경치를 보는 순간에서 조차 순수하게 그 광경을 즐기지 못하고 교훈이나 의미를 찾으려는 행동은 의미 없는 짓입니다. 때론 유익하지 못한 것이 더 유익할 때도 있습니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지금의 시기를 보다 의미있게 사용하길 바랍니다.

 

 

출처: 미대입시 2014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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